어린 베거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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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필리핀의 장맛비는 그 위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차창의 윈도브러쉬가 쉴새없이 내리는 빗물을 퍼담아 옆으로 밀어내도 차창밖의 풍경은
캔버스에 그린 유화처럼 일그러져 보였다.
밤에 예고없이 급습한 장맛비로 인해 가득이나 차선조차 희미한 말라떼 도로를 달리는 일은
위태해 보일 정도였으니 드라이버는 최대한 고개를 빼고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희미한 그림자가 갑자기 차의 본넷 앞으로 달려들었다.
다행인건 우리가 정차한 곳은 삼거리 교차로였고 교차로엔 빨간색 신호등 불빛이 반짝이고 있어서
서행을 하고 있었다는것, 그리고 아주 빠른 반응으로 차를 멈춰 세웠다는것이었다.
- 뿌땅 !!
드라이버의 입에서 본능적으로 욕이 새어 나왔고 그건 마치 무엇에 놀랐을때 외치는 감탄사 같은 것이었다.
다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찰나 이번엔 새하얀 손이 갑자기 차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
나이가 예닐곱으로 보이는 비에 흠뻑젖은 여자 필리피노 아이였다.
그림자의 정체는 여덟 아홉살로 보이는 그의 오빠였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상황을 보니 차가 멈춰서는 교차로에서 동냥을 하는 흔해빠진 필피리노 거지들인데 어린 오빠가 차를 멈춰세우고
더 어린 여자동생아이가 손을 내민거다. 장맛비가 거세게 쏟아지는 한밤중에 맞이한 우발적인 상황..
화가 났지만 드라이버도 흥분한 상태라 조용히 창문을 열고 어린 계집아이를 쳐다보았다.
꿀밤을 줄까 생각했지만 너무 어린 아이였다. 비를 맞아서 추웠는지 입술을 오들거리며 떨고 있는데 커다란 눈망울은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쳐다보고 있다. 마치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받은 아이처럼...
차문을 올리고 그 아이를 회피했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동냥질은 필리핀에선 흔한 일이다.
붉은색 신호등이 켜져 있는 동안 그 아이는 차문밖에서 떠나질 않고 그 장맛비를 흠뻑 다 맞고 있다.
필리핀에 살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한밤중에 주머니에서 돈을 빼는 일이다.
위험스럽고 또 그렇게 해서 긁어부스럼만 만드니까.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저 계집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머니에서 천페소짜리 지폐를 한장 꺼내 문을 열고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포기했던 아이의 눈이 커졌고 그걸 보는 드라이버의 눈은 더 커졌다. 이 계집애가 화폐단위는 알고 있을까..
고양이처럼 그 아이는 폴짝 뛰어서 지 오빠한테 달려가 돈을 펴보이며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 Let's go
신호등이 푸른색으로 바뀌었고 드라이버는 힘차게 엑셀을 밟아 빗속을 뚫고 카지노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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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아 신나하던 어린 남매를 보고 뿌듯해하는 나를 보고...
카지노에 도착해 내리려는데 드라이버가 한마디 합니다.
당신은 저 아이한테 돈을 준게 아니고 독을 준거라고.
아마 비오는 날엔 특히나 더, 저 아이는 계속 저곳에서 비를 맞고 서있을거라고.
2십페소 동전이었다면 그나마 한끼 배만 채우고 말았을거라고.
나도 알고 있지만 마음이 울립니다. 바람처럼 마음이 춤을 춥니다.
댓글목록
강철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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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신 분이네요 장맛비를 비롯해서 표준어 구사가 거의 완벽하시네요..
밥스틸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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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네요.
때론 이성보다 감성이 먼저 움직이는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라스트스마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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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저도 그런생각이 들긴하지만
천페소 정말 큰돈주셨네요...
파타마1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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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셨어요.
마도로스백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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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셨네요
놀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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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어요!
JoshuaPum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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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뭔가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흥청망청 놀고 즐기는 글만 보다가... 도와주고 싶어도..
그런게 잘한건가 싶어지고.. 저도 거기서 2년 지내면서 잔돈 남는거 아이들한테 주면 우르르 몰려와 필리핀 친구들이 주지말라고 한적도 많고....편의점 앞 골목길....정말정말 맑고 순수해보이는 눈망울로 눈도 안피하고..손만 내민채...쳐다보고 있으면....안주기도 미안하고....어렵네요....
다만 그 소녀가 그 1000패소를 진짜 자기를 위해서 썻으면 하네요... 그리고 그런일이 또 있을거란 희망도 버렷으면....
아때쏙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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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보니 대학교 나오신 분이군요
푸른골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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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거여
막안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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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안가릴때도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때인거 같네요
lous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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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팅!
늙은여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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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씁쓸한 얘기네요 도와주고 편치않은 마음이라
젠산보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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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게생각 합시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삶이 또 힘들어 집니다.
DaveH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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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상황이였다면.. 저라면 어땠을까요 ㅎㅎ..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글입니다.
matt05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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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셨습니다
벨르에스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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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셨네요..
디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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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갑니다
명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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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
견물생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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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라마르조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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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일시적인 동정은 저 아이의 인생이나 삶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비오는 길로 모여들겠지요~~
의례 몇몇 신호등이 있습니다. 저런아이들이 달려나오거나 꽃을 엮은 팔찌를 파는곳이~
그런곳을 지날때면 전 절대 쳐다보지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습니다..
굽실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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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잘하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