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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죽음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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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볼레로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1건 조회 753회 작성일 16-03-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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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논현동에서 살 무렵, 2012년도 쯤이었을 겁니다.

한 밤중에, 옆집 남자가 발가벗고 공용 화장실 문 앞에 쓰러져 있더군요.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으로 쓰는터라, 이 양반이 술에 취해 샤워중 쓰러졌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술에서 깨면 참으로 부끄럽겠다는 생각도 했고. 소피 후, 삐적 골은 체구에 고추까지 까고서 쓰러져 있는 것이 안쓰러워 결국은 말을 걸었지요.


"아저씨 술 드셨어요?"


저 역시도 혼자 무한도전 보면서 술을 한잔 걸친 터라  술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던 상태였습니다. 재차 확인해가며 술 먹었냐고, 여기서 이러면 안된다며 집 문을 열으려던 찰나,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 양반이 대답을 하데요.


"못 움직이겠어요. 살려주세요"


저는 그가 하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재차 삼차 사차 물어가며 뭐라 했는지를 물었습니다. 나이가 기껏 나와 동갑일 듯 싶은 그 남자는 180이 가까운 큰 키였지만, 피골이 상접한 미이라와 같은 형상이었습니다. 목소리는 임종을 앞둔 노인처럼 가늘고 힘없이 말을 이어나가고 있어 알아듣기가 참 힘들었죠.


"못 움직이겠어요... 살려주세요..."
"술 드신거 아녜요? 어디 아프세요?"
"술 안먹었어요. 저좀 일으켜 주세요"


저도 20살적에 워낙 술먹고 주정도 많이 부렸고, 주정부리는 사람들 뒤치닥꺼리도 많이 해서, 품앗이라 생각하고 서로 도운다는 마음으로, 거리낌 없이 그 양반을 부축해 들쳐 엎고 그 집 방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머리맡에 노랗게 때가 탄 벽지, 플라스틱 양동이에 가득찬 알 수 없는 액체. 결정적으로 문을 열자마자 풍겼던 뭐라 말 할 수 없는 악취. 곰팡이 냄새라고도 딱히 단정지을 수 없는 죽음과 비슷한 냄새. 그를 침대에 눞히고나서 악취의 근원인듯한 플라스틱 양동이를 바라보며 이상한 소름이 돋더군요.


"속에서 쓴물이 올라와서요"


알아들을 수 없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가 제 물음에 앞서 대답을 했습니다.


간이 안좋아서 이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하라 물어보았죠. 친구도 가족도 없다네요. 구급차라도 부를까 싶었지만, 본인이 극구 사양을 했던터라 더이상 오지랍을 넓히긴 힘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구급차가 와서 그를 실어갔고, 몇 일 후에, 집주인에게서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집에 산지 4년정도 되는데, 처음에 들어올땐 댁하고 덩치가 비슷할 정도로 건장했어. 근데, 몇달 전부터 눈에 띄게 마르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렸네."


원래는 어느 공기업에서 근무하던 착실한 청년이었는데, 술집여자를 만나면서 직장도 그만두고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살아왔다했습니다. 이번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서 가족들이 다시 연락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상봉했다더군요.
그리고 삼일 후에, 그 남자가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정확히 한 달 후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느 일찍 퇴근하던 날, 누렇게 때가 타있던 그 집의 벽지를 뜯어내고, 새로 장판과 벽지를 바르더군요.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여자때문에 가족과 지인들마저도 버렸던 그 양반의 삶을 다시한번 유추해보면, 저는 그가 술집여자에게 공사당했다는 썰에 100% 올인합니다.

왜냐하면 그 남자가 저하고 비슷한 냄새를 풍겼음을 느꼈거든요. 저도 그 당시에 매일매일 돈돈돈돈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찡얼거리는 필리핀 여자를 6년째 만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여자와의 관계 때문에 제 젊음은 생각보다 드라마틱하게 망가지고 있었고, 본능적으로 그 남자에게서 제 미래를 연상했던것도 같습니다..


요 근래에 가끔 OB를 사랑한다느니 하는 글들이 올라와 옛기억을 더듬어 한번 써 보았습니다.
여자의 거짓말과 욕심은 끝이 없지만, 사랑은 진심일 것이라고 아직은 믿어봅니다.







4월 1일 방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우 씐나.

댓글목록

쟈니브라보joytell님의 댓글

쟈니브라보…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사당하는줄도 모르고  본인은 사랑이라 믿지만
바바에는 그냥 레귤러 게스트로 생각하는 그래서
너무도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봅니다. ㅠㅠ

배까님의 댓글

배까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타까운 이야기죠... 누군가의 삶이 망가진다는 것은...
언제나 하는 이야기지만... 즐기는 범위에서 본진 털어먹지 않는 범위에서 멈출줄 아는 호구당이 되어야겠습니다.

공장장님... 출동하시는군요... ^^

시게님의 댓글

시게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눌은 얼굴 뜯어먹고 사는거 아니라고 항상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 . .
아~ 늦은 후회 ㅠㅠ..

여자 얼굴에 혹 해서 강 건넌 분들이 많죠 에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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