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의 재외동포 현황통계에 따르면 해외에 사는 재외국민 720만명
중 9개국에 10만 명 이상이 나가 산다.중국(2,336천명),미국(2,102천명),
일본(912천명),캐나다(22만명),러시아(22만명),우즈베키스탄(176천명),
호주(13만명),필리핀(115천명),카자흐스탄(104천명)이다.

1만~10만 명의 동포가 사는 나라도 14개국에 이른다. 모든 G20 국가에
빠짐 없이 교민이 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남의 나라에서 허드렛 일을 마다 않고 장시간 온 가족이 매달려 일한
결과로 성공이 라는 레떼루ラベル[和:letter]를 달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 라면 체면이나 인맥관리 등 각 잡고, 폼 재는 일에 쓸
힘을 애오라지 일에만 전념하는 소위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에 충
실했을 바이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 흩어져 또 다른 한국인 공동체를 만드는 현상은
유태인의 이산離散, 즉 디아스포라diaspora에 곧잘 비유된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한결 좁아져 지구촌이라는 말도 생겼다지만 세상
은 넓다.

전 세계에서 유태인과 중국인을 대적해 이길 수 있는 인종은 한국인
밖에 없다는 자긍심amor propio의 뒷배는 높은 교육열과 직업윤리
의식때문이라는 진단이 내려 진지 오래다.

문제는 그런 헝그리 정신과 성공신화들중 절반의 성공이 풍선에 바람
이 빠지듯 페이드 아웃fade out된다니... 미국의 코리아타운은 중국인
이나 베트남 상인들이 아프리카에서는 요소요소 중국인들이, 동남아에
서는 성매매와 사기를 일삼는 어글리코리안이, 공부는 뒷전인 일부 유
학생이나 기러기 가족이 남은 절반의 성공 신화를 야금야금 갉아 먹는
다는데 나도 한 다리 끼는 거 아닌가 저어된다.

남의 땅에 발을 들여놓으면 텃세에다 향수병과 문화충격 때문에 일종
의 적응장애라는 복병이 기다린다.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한국이 그리워 애증같은 것이 생긴단다. 내 손가락 같고, 내 자
식같고 하니까 조금은 더 번듯해지고, 아무리 아파도 박박머리 빗어
가락 한 올까지 곱게 빗어 밖에 내보내듯, 울음이 터지더라도, 내 자식
같은 내 나라가 번듯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민자들의 변명이라면 변
명 이란다.

10년쯤 살다보면, 가끔은 엄마잃은 아이 같기도 하고, 가끔은 나이들어
입양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때 아닌 투정도 하게 된다는데...

물론 어디로 멀리 떠난다고 하는 마음에는 지금 이 자리에 머문 자기
삶의 무게가 버거워 그럴진대 자신이 변할 마음은 손톱 끝만치도 없는데
환경만 변하면 다 해결될 걸로 여기는 치기가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맹자
에 나오는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구절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