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바닥이 아팠다 >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심리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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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바닥이 아팠다 >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심리지원을 가보니
상담사가 1초에 2번씩 시계를 보며 말합니다.

 - 상담을 해보니 정말 좋은 분인데 공격성이 있으시네요 (내가 쓴 질문지 답으로 공격성 있다고 썼는데…)
 - 상담을 해보니 정말 선한 분인데 상처가 좀 있으시네요 (내가 쓴 질문지 답으로 상처 있다고 자세하게 썼는데…)
 - 시간은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제쪽에서는 시계 뒷면만 보이는데요.)
 - 이번 회차 끝나면… 원하시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담을 받으실 수 있도록…제가 도움드릴 수 있…
 - 상담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에요. 저와 함께 알아가는 것이에요.

그 순간 상담사의 얼굴을 보니
영화 “아수라” 마지막 부분 대사가 떠오릅니다.
“지금 가만보니 나랑 눈이 똑같네.”

그래요… 우린 장사꾼이지요.

가만히 눈을 보는 저를 보고 다시 한번 시계를 보고 상담사가 입을 엽니다.
“1회차 연장 신청해 드릴게요. 조금 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아니요. 상담은 본래대로 오늘로 종료했으면 합니다. 
그동안 지자체 서비스란 이름으로 고생 차암 많으셨어요.

상담사의 실망스런 얼굴에 붙어있는 입술에서 살짝 뿜어나오는 화가 섞인 목소리로
인사를 받고 걸어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옵니다.

상담이라는 명분으로 이쁜 여자와 마주 앉아 대화도 나누었으니
이젠 길을 걸으며 의미없는 SNS 앱을 실행해봅니다.

 - 화면의 숫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간이 나쁘다는 신호입니다.
 - 튀김을 자주 먹는다면… 요리에 설탕을 자주 쓴다면…
 - 40대부터는 빠른 속도로 하루 최소 30분 이상 운동을 해야…
 - 왼쪽 손을 올렸을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어깨 내부 공간이…

아유… 사람은 다 죽음을 친구 삼아 사는 건데 뭘…

…하는 순간

찌릿!!

어엇?? 왼쪽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찌릿!!

하아… 이게 바로 4호선??

밑창이 두껍고 무거워서 제법 폼이나던 반스 운동화
청바지에 잘 어울리던 발목을 착 감싸던 캔버스 운동화
앞코가 단단한게 포인트이던 엑셀시오르 운동화

모두 안녕

허벅지부터 쫘악 잡아주던 스키니진도
모두 접어 안쪽 벽장으로 차곡차곡 넣어주고

ABC 매장에서 병원 환자가 신을 법한 펑퍼짐한 슬리퍼를 구입하고
MUJI 매장으로 가서 “이지” “와이드” 팬츠를 구입합니다.

코스프레 외에는 입을 생각이 없던
그저 편한 바지…

더는 의존하지 않고

더는 구속하지 않고

휴식을 취해야겠습니다.

귀를 꽉 틀어막는 이어폰 사용도 이젠 좀 줄이고

항공권 익스피디아에서 27만원이던데
제니 만나러 말라떼에나 다녀와야겠습니다. ㅎㅎㅎ

손에 감촉 기능은 아직 살아있으니까요

댓글목록

폰데로사님의 댓글

폰데로사 작성일

참...  씁쓸하게 공감가는 글이네요.. 에효~~~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마음을 내려두고 쉴 수 있는 마간다카페가 있다는게 진짜 정말 혼또 리얼리 안심이 되는 하루입니다. 어디가서 이런 말해봐야 "니가 그런말 하면 안되는거 아냐?"라는 핀잔이나 들을테니까요 ㅎㅎㅎ

검은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검은양이 작성일

공감가면서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남들이 뭐래도 마간다 카페에선 어느정도 진솔하게 진심을 표현할수있는거같아요.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아무도 노크하지 않는 고급 백화점 화장실의 따듯한 비데에 머리 처박고 토악질 하듯이 정말 우뤠뤠뤠 하면서 손가락 안넣어도 술술 잘 나오는 것 같아요 ㅎㅎㅎ 하고 나서 마음도 편하구요 ㅎㅎ

삼하나구하나님의 댓글

삼하나구하나 작성일

쓸쓸..

louse님의 댓글

louse 작성일

열심히 일한 마간다 작가님  떠날 자격  있씀니당!!    필핀도 태국으로!!

빽구님의 댓글

빽구 작성일

음~~

자칼의칼님의 댓글

자칼의칼 작성일

재미있게 읽은 글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