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뿌리는 데 6달러인 향수 > 태국에서 날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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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뿌리는 데 6달러인 향수 >

태국에서 날아온 흑진주와의 여행으로
2023년 12월부터 새해가 된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스타벅스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는 책 사고 차비가 없어서
광화문에서 책을 보며 12 정거장을 걸었는데
아침부터 새책 한권 값으로 빵을 먹고 목을 축이네요.

하긴 아침에 뿌린 태국여친이 선물해준 향수가 한 번 누르는데 6달러라고 하니까요.
이깟 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겠죠. 한 번 누르면 짜장면이 한그릇씩 날아가는거죠.
다섯번 정도 쳐 뿌리니 짜장면이랑 중짜 탕수육 정도 날리는 거네요. ㅎㅎ

방콕으로 돌아가는 태국여친이 체크인 후 긴 줄에 서서 손을 흔들고
조금씩 작아지다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섭니다.

마닐라로 출발하는 비행기는 아직 시간이 남아서 햄버거나 하나 먹을까 둘러보는데
폰에 진동이 울립니다.

“엄마 생일인데 집에 안오니”

형에게서 온 카톡입니다.

휴대폰 카카오페이 화면으로 넘어가서
100만원을 송금합니다. 하마터면 1000만원을 보낼 뻔 했습니다.
그래봐야 형에게는 조식 제공도 안되는 호텔 1박에도 못미치는 가치…

아니 조카 가르치는 과외선생 주급 정도 되겠네요.

과외선생에게 지난번에 선물로 줬다는 정장이 그 정도 금액.
존윅 정장인가요 ㅎㅎ 총알도 막겠네
조카 성적 떨어지거나 그만둔다면 대놓고 쏘려나요 ㅎㅎ

재빠르게 공항 천장 사진을 찍어 “마닐라 가는 중이야. 안가” 라고 보냅니다.

송금된 금액을 상대방이 확인 후 받았다는 메시지가 뜨고 “그래” 라고 빠르게 답장이 옵니다.

작년 추석 이후 첫 “메시지”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다신 안왔으면 좋으련만…
외계인 비행선이 지구에 쏘기로 한 광선은 아직인가 ㅎㅎㅎ

생일따위… 언제까지 숨쉴거라고…
돈방석에 있어도 찢어질 호흡기 따위…
화장실보다 백화점을 자주 가면서 가족 얼굴 따위 뭐가 중요해.

“그 돈” 에 빠져서는…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살진 않을텐데…

스타벅스로 가서 다시금 커피를 주문하고 빈 테이블을 만지작거리다
의자를 당겨 몸을 올리고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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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어둠속에 선명하게 보이는 4개의 상자

상자마다 느슨한 쇠고랑으로 되어있고 위에는 늘어진 스웨터마냥
머리 하나는 들어갈 큰 구멍이 있습니다.

20년도 더 된 기억

냄새나는 기억

하지만 코를 막아서는…

불쾌하지만… 불쾌해도 별 수 없는… 지울 수도 없는…

너무나도 선명하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절대 꺼내면 안되는 기억의 비디오

상자에 얼굴을 쳐박고 숨을 멈추니 상자 바닥에 깔린 티비에서
비디오가 재생되기 시작합니다.

꽉 찬 기저귀를 차고 있는 할머니가 40초에 한 걸음씩 왼쪽 발을 질질 끌며 걷습니다.

바닥에는 곰인지 호랑이인지 천만 단위는 훌쩍 넘어갈 가죽이 여기저기 깔려있고
주문하면 기본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소파는 벽마다 자리잡고 숨을 죽이고 있죠.

이미 방안에는 기저귀 내용물 악취를 넘어선 무언가가
제 모든 숨구멍을 틀어막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숨은 쉬어집니다.

두 명의 며느리가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쏟기 시작하자
외삼촌이 둘을 데리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래… 눈앞에서 멀어지면 죄책감도 덜하겠지.
하지만 별 수 없어… 우린 모두 여기에 동참한거야…
나약한 척 하기는…

아직은 탱탱해 보이는 육체에 꽂아넣을 주사바늘에 바칠 지폐가 필요한거자나

나가서 남겨질 뒷산이랑 빌라촌 이야기나 “쳐” 하겠지…
또 뭐 있으려나… 따라 나가볼까…
구석탱이 엘리베이터라도 하나 주려나…

자는 척을 해야 하지만
아니 두 시간 전에 이미 잠에 들었어야 할 시간이지만
눈을 뜬지 31시간을 넘긴 지 오래이지만
눈감는 법을 잊고 말았습니다.

외삼촌이 나가면서 문을 닫으며
나즈막히 말합니다.
“이제는… 진짜…먹을 걸 줘선 안돼. 하루 더 길어질거야.”

이제 이 방에 남은 어른은 9명

바깥 주차장에 편육, 육개장, 빵, 그리고 현금이 가득한 차가 6대나 있지만
집안에 갇혀 처절하게 음식물을 찾아다니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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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7번 화이트 초콜릿 모카 주문하신 분~ 나왔습니다.”
“A-47번 화이트 초콜릿 모카 주문하신 분~ 나왔습니다.”

하아… 폐 안 가득 선명해지는 공항의 공기

비디오가 재생되는 동안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들이켭니다.

상자는 온데간데 없는데 온몸을 휘감는 사라짐의 감촉

커피를 가지러 가는데 카운터 직원이 달려옵니다.

“아~ 테이크 아웃이 아니시네요. 다시 만들어 드릴게요.”

“아…네…”

“내 것”이었던 커피를 들고갑니다. 어딘가 싱크대 같은 곳에 버리겠죠.

그날 밤에 내 앞에 놓여진 “그 기회” 처럼…

이불속에서 꼭 쥐고있던 3분의 1 남았던 초코바의 존재가
지금 손에 느껴지는 것 같아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박박 씻어냅니다.

영원히 씻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박박 밀어봅니다.

커피도 커피지만 빨리 들어가서 돈가스나 시켜야 겠네요.
갑자기 수프가 너무 먹고 싶습니다.

…주겠죠?? ㅎㅎ

아직은 돈을 주면 수프… 주는거 맞죠?? ㅎㅎ

혹시 기다리던 “제 차례” 일까 기대해 봅니다… ㅎㅎ

말라떼에서 물고 빨고 마시고 토하고
토한 위에 뒹굴고 놀다가 방콕으로 빠질 예정인데요.

걱정입니다. 그 놈의 풀잎을 거절할 자신이 없어요. ㅎㅎ

국수에도 튀김에도 아니 팟타이에도 들어간다는데 아니 진짜 ㅎㅎㅎ

...진짜요 ㅎㅎ

댓글목록

NYajussi님의 댓글

NYajussi 작성일

슬픈 가족사의 잔상이군요... 저도 비슷한 일을 겪어서 마음이 더욱 짠하네요...  돈이 없으면 행복해 지기가 매우 어렵지만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 때문에 앙헬레스에 온지 일주일만에 앙헬레스를 떠났고 지금도 저를 기다리고 있는 필리핀 공주... 지난 6월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아직까지 그리워만 하고 있지만... 단 한번도 돈을 보내주지 않았지만... 거의 매일 제 안부를 묻고 보고싶다고 그리워하면 매일매일 자기의 일과 열심히 사는 생활을 나에게 알려주고 있는 고운 마음씨... 50대 중반에 나를 그리워해 주는 여자가 있다는 것이 행복이네요... 얼른 은퇴하고 필리핀에 가서 살면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요...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마음 씀씀이가 인간의 정도를 넘어선 분이시군요. 저는 저를 걱정해주고 진심어린 안부를 물어보는 친구를 5명이나 차단하고 라인 계정까지 폭파한 적이 많거든요...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INFP 95프로 순정이라 ㅎㅎㅎ 저에게 이득이 안된다고 생각되면 바로 자르는거 같아요 ㅇㅁㅇ;;;

까만돼지2님의 댓글

까만돼지2 작성일

왜 이렇게 슬프죠? ㅠㅠ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집안 자체가 돈에 환장한 줄이라서 스스로 버튼 누르신 분도 꽤 있었구요. 장례식에 돈주고 우는 사람을 5명이나 고용해서 서로 조용하라고 쌈질하는 것도 여럿 보구요. ㅎㅎㅎ 그리고 뒤에서는 편육에 육개장 먹으면서 화투 짝짝짝 치다가 땅따먹기 회의 ㅎㅎㅎ 할아버지 부인이 5명이라 여름방학 숙제일기에 썼다가 담임선생님께 불려갔죠 ㅎㅎㅎ 일기장엔 장난치는 거 아니라구요... 아니 장난 아니었거든요 ㅎㅎㅎ

양차에뽀쁠은올인님의 댓글

양차에뽀쁠은올인 작성일

슬프네요ㅠ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어쩌나 이런 글을 썼는지도 까먹었어요 ㅎㅎㅎ

오장풍님의 댓글

오장풍 작성일

많은것을 생각하면서 보고 갑니다 강건하시고요~~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설날에 뒷산 하나 먹겠다고 뺨치고 제사상 엎고 탕국 뒤집어 쓴 친척들이 다같이 사우나 가는 거 보고 돈이 최고구나 싶었죠 ㅎㅎㅎ 그런 멋진 집안 출신이 자랑스럽습니다. ㅎㅎㅎ

louse님의 댓글

louse 작성일

마간다 작가님 !!!!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아유~ 이를 어쩝니까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 하는데요. 이 또 말리부 리큐르 까먹고 취해서 여기다 또 이러고 말았습니다 ㅎㅎㅎ 다음부터는 정~ 요딴거 그러니까 쿰척쿰척이랑 관계 없는 거 쓰고 싶을 때는 명동역에서 케이블카 타고 남산타워 올라가서 타워 지하 2층 화장실 4번째 칸에 벽에 쓰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louse님의 댓글의 댓글

louse 작성일

작가님 흑진주 스토리가 제일  베스트 셀러 같습니다 
영화로 찍으면 천만영화 로!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사실 louse님도 아시겠지만 진짜 하고 싶은...하지만 늘 하지 못한 재미난 이야기의 90프로는 "더러움"의 영역이거든요 ㅎㅎㅎ 그래서 늘 고민입니다. ㅎㅎㅎ 츄파츄파가 아닌 주르륵의 영역이라...서요 ㅎㅎㅎ

louse님의 댓글의 댓글

louse 작성일

일단은  소비자 취향을 맞추심이~~

바밤바221님의 댓글

바밤바221 작성일

ㅠㅠㅠㅠㅠ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울지마요 용자님 ㅎㅎㅎ

clever112님의 댓글

clever112 작성일

슬프네여…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카페 분위기를 슬프게 만들려고 한건 아니었는데요 ㅎㅎ 이럴수가

히든곰님의 댓글

히든곰 작성일

흡입력이 와우..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편의점에서 핫바랑 콜라를 들고 있는 저를 보실 수 있습니다 ㅎㅎㅎ

민수민루님의 댓글

민수민루 작성일

완전 작가님이시네요^^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사실... 이 내용으로 빠지려던게 아니었거든요 ㅎㅎ 블랙 코미디 느낌이었는데요 ㅎㅎ 쓰고 나니 이렇습니다

지구야님의 댓글

지구야 작성일

몰입하게 되네요....참...삶은 언제나 영화보다 드라마보다 우리의상상보다 더 리얼입니다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그러게요 작년에 주차해둔 제 배트카만 찾는다면 더 좋을 거 같습니다 ㅎㅎㅎ

하마덧니뽑기님의 댓글

하마덧니뽑기 작성일

삶이  이런건가요?
왠지 ..서글퍼집니다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더 벌어서 행복할 생각보다 그만 쓰고 갈 생각을 주로 하다보니 그런가봅니다. ㅎㅎ

즐마는삭마님의 댓글

즐마는삭마 작성일

100만원 송금이 킬링이네여ㅛ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얼굴보러 안가는 대신 설날 추석 클스마스 등 상납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달까지 연락안하거든요. 실존신고죠.

케빈팀장님의 댓글

케빈팀장 작성일

6달러라니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사실 향은 제 스타일이 아닌데요 ㅎㅎ 선물받은 김에 팍팍 다 써버리려구요 ㅎㅎㅎ 제 돈주고는 절대 절대요 ㅎㅎ

검은양이님의 댓글

검은양이 작성일

와 필력이.. 한번에 안쉬고 다 읽었습니다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정말이요?? 잠수실력이 어마어마하시군요!!^^ 폐활량쪽일까요 ㅎㅎ (제가 진지하지 못합니다 ㅎㅎㅎ 미친...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