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운동을 마치고 뭘 할까요… 아무래도 호구조사가 먼저겠죠… 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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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운동을 마치고 뭘 할까요… 아무래도 호구조사가 먼저겠죠…  이 아가씨는 아무래도 밤일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전문가처럼 할 줄을 몰라요… 라티나의 특징과 뛰어난 선천적인 조건 때문에 저는 너무 황홀했는데 아직 아마추어 티가 많이 납니다.  2003년생, 콜롬비아로 온지 이제 막 한달이 지냈고, 베네수엘라에는 외할머니와 25살 언니 15살 동생이 있다네요… 아버지는 자기가 5살때 동생이 테어나자마자 어디론가 도망가서 없어졌고, 어머니는 일을 하는데 비정기적으로 가끔 도와준답니다.  전 글에서 쓴 것처럼 부끄러움이 너무 많은데… 대화를 하다 보니까 영어를 꽤 잘합니다.  일단 어휘가 고급스런 영어를 써요… 신기하죠…

그래서 너 콜롬비아 오기전에 뭐했니 물어보니 사진과 학생증을 보여주는데… 세상에 Universidad Rómulo Gallegos라는 대학교 의대 3학년생이었습니다.  나중에 구글을 해 보니 의대로서는 아주 좋은 대학이더라구요…  고등학교 때 늘 전교 1등을 했다니… 영어를 잘하는 것이 당연했네요…  베네수엘라는 의전원이 없고 의대 5년에 인턴을 (분야에 따라) 6년까지 수료하면 정식 의사가 된다고 합니다.  아니 그런데 너 왜 여기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니라고 물었습니다.  자기가 어릴 때만 해도 엄마가 직장이 괜찮았고 할머니도 일을 하시고 해서 중산층 가정이었답니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제가 폭망하고 할머니랑 어머니가 좋은 직장을 잃어버리고 어머니는 막일을 하시고 할머니는 일을 못하셨답니다.  그래도 어렵게 어렵게 버텨왔는데 얼마전에 할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의사를 만나고 약을 주기적으로 사야하는데 도저히 생활할 형편이 안되어서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콜롬비아로 왔다고 하네요… 

언니는 뇌신경외과 인턴 2년차라고 하구요… 자매가 모두 공부를 너무 잘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경제가 폭망을 했어도 의사가 되면 그래도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적으로 중산층 이상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 처자가 보고타에서 몸을 팔고 있을까…
저녁 식사는 Di Lucca라는 이탈리안 식당 (완전강추!)에서 해물 스파게티 두 개 시켜 먹으면서 최대한 친절하게 잘 해줬더니 조잘조잘 이야기도 잘합니다.  20대의 소녀 감성… 50대 중반의 아저씨는 그냥 입이 헤벌레… 

좀 친해졌는지 호텔에 돌아와서 다시 자라온 얘기를 더 물어봤습니다.  동생은 9학년, 자기는 의대 3학년, 언니는 인턴 2년 차… 대학교는 사회주의 국가라 비용도 얼마 안들고 장학금까지 받아서 들어가는 돈이 없는데, 할머니가 일을 못하시는데다가 많이 아프시니 아무리 어머니가 가끔 도와주어도 생활이 안되었고 동생은 어리고 언니는 몇 년만 더 고생하면 정식의사가 되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니 자기가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여권도 없이 버스타고 국경을 넘어 보고타로 왔답니다.  불법이민자로서 직장을 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먼저 와 있었던 함께 자란 동네 친구가 이 직장으로 자기를 소개시켜 주었다고 합니다…

들을수록 마음이 찹찹해져 갔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하고 물었습니다.  넌 항상 웃고 있는데 지금 하는 일이 괜찮니? 가족들은 알고 있니? (I see you smiling all the time… but honestly how are you feeling about your job?  Does your family know what you are doing?) 괜히 물었는지 미소위로 눈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괜히 물어봤나… 하지만 좀 친해졌다고 말을 해 줍니다.  “당신처럼 내 과거를 물어봐준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었어요…  솔직히 손님 예약이 잡힐 때마다 내 자신이 너무나 밉고 죽고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손님도 많이 없는데 미소라도 계속 지어야 손님들이 늘지 않을까요…”  그리고 손님의 예약이 잡힐때마다 벌렁거리는 심장으로 기도한답니다.  제발 무서운 사람이나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기를…  그리고 손님을 처음 만나는 순간에는 손이 벌벌 떨린다고…  그런데 저는 이틀전에 잠깐 만나서 좋은 사람인 줄 알았기 때문에 오늘은 무섭지 않았다고… 얘가 진짜 제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줄을 모르네요… 저 화나면 막 맴매도 하는 무서운 사람인데…

학교에 들어가는 돈은 전혀 없으니 생활비 때문에 여기 왔다는 건데 도대체 생활비가 얼마냐 드냐고 물었죠..  Bolivar로 계산하는 것은 초초인플래이션 때문에 의미가 전혀없고 할머니 주기적인 약값이랑 생활비가 한 달에 최소한 미화 3-400불 정도는 필요하다고 합니다.  일류 의대 장학생이 한 달에 300불이 없어서 타국에 밀입국해서 몸을 팔고 있다니… 처참했습니다…

제가 출장온다고 직장에서 출장비 받은 것이랑 유흥을 위해서 따로 모아둔 돈을 가져온게 3600불이었는데 이 아가씨 때문에 유흥을 거의 하지 않았고 교통비는 미국이나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싼데다가 저는 주로 현지식을 먹었으니 물가가 너무 싸서 호텔비까지 쓴 돈 총액이 500불… 출장 5일이 지나 내일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남은 돈은 3100불이었습니다.  이 돈은 어차피 쓰려고 온 돈인데…

“너 학교 돌아가고 싶지 않니?”  너무너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답니다.  그럼 일단 돌아가라…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네가 여기서 이 일을 계속한다고 집안 형편이 펴질것도 아니고...  너 몸이랑 마음만 상한다... 나중에 학교로 돌아가려고 해도 나이들면 힘들수도 있고... 아무리 어려워도 몇 년 버티면서 네 언니가 먼저 의사가 되고 또 네가 의사가 되면 길게봤을 때 훨씬 더 나은 계획일꺼다.  그리고 금고에 넣어두었던 3000불을 꺼내서 줬습니다.  이걸로 아껴쓰면 1년은 버티겠지?  그러다 보면 다른 길이 열릴꺼야… 

20년전에 우리 애들이 엎어져서 무릎까지면 땅에 앉아 서러워 엉엉 울던것처럼 한참을 목놓아 엉엉웁니다…  한참 달래다가 “나 이제 너 손님 안할께… 그냥 네 Coreano 삼촌하자” 했더니 자기 아빠는 기억도 안나게 어릴 때 도망가서 소식도 한 번 없는데 당신은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냐고 합니다.  “너 우리 딸같아서 그래… 그리고 네 재능이 너무 아까워서 그래”라고 했더니 제 목을 꼭 끌어안고는 삼촌은 싫고 저를 아빠로 입양(?)하겠답니다.  참… 아빠로 입양되는 건 뭔지.... 그래서 그럼 이제 나하고 ㅅㅅ 할 생각은 절대로 하지마했더니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꺄르르 빵 터집니다.
 
아무것도 약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는 진짜 공부 열심히 하고 학기 끝나면 인터넷으로 자기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저에게 wesbite랑 password를 주겠다고 하네요… 만약 그 약속을 지켜서 제가 성적을 확인하고 약속대로 성적을 잘 받는다면 의대를 마칠 때 까지 지원을 할 작정입니다.  한 달에 300불… 뉴욕에서 애들이랑 외식 두 번하는 (갈비나 고기집에 간다면 한 번 외식과 비슷한) 가격…  집에서 요리해서 먹고 딸래미 의사 하나 만들어 볼랍니다.  저희 애들이랑 제가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필리핀과 미얀마에 있는 고아원 두 곳을 지난 10년간 20여명의 아이들을 지원해 왔는데 자식이 또 한명 불었네요… ㅅㅅ의 쾌감과는 완전히 다른 기쁨이기는 한데… 어깨는 더 무거워 지네요…

나 이제 네 손님 아니고 아빠니까 이제 잔소리할꺼라고 하면서 일찍 보냈습니다.  늦게 다니면 위험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짐을 싸야 하니까요…  내일 저녁 제가 비행기로 미국에 돌아가기 전, 또 새로 입양한 딸래미가 토요일 아침에 버스타고 고향으로 돌아가기전 (바로 버스표를 끊더군요. 하루라도 빨리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내일 점심을 한국식당에서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소위 한국 아빠가 생겼는데 한국음식을 평생 한 번도 못벅어본 채로 베네수엘라로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웃는 모습이 이렇게 이쁜 아인데…  저 잘한 것 맞겠죠???

댓글목록

Duha11님의 댓글

Duha11 작성일

허허.... 이분 진짜 선비시네 대단하고 존경스럽네요
읽어가면서 몸소 느끼신걸 저도 조금이나마 공감할수있었습니다

NYajussi님의 댓글의 댓글

NYajussi 작성일

무슨 말씀을요... 근데 유흥하려고 갔다가 자꾸 아가씨들을 유흥에서 탈출을 시키게 만드네요.... 쩝....

Duha11님의 댓글의 댓글

Duha11 작성일

어익후...조만간 그동네 죄다 탈출시키시는건 아니실지

NYajussi님의 댓글의 댓글

NYajussi 작성일

돈이 없어요... 흑흑...

만취오뎅님의 댓글

만취오뎅 작성일

잘 하셨내요~ 복 받으실 겁니다.

레이져천사님의 댓글

레이져천사 작성일

종종 소식 올려주세요^^ 응원합니다.

행복맨님의 댓글

행복맨 작성일

존경스럽습니다. 멋진분이시네요 ^*^

벤츠glc님의 댓글

벤츠glc 작성일

좋은일하셨습니다~~ 베푼신만큼 분명 좋은일이 더욱더 많이 생기실겁니다~

낙이이사랑님의 댓글

낙이이사랑 작성일

저도 예전에 10년간 5명의 아이들을 도운적이 있습니다
기쁨도 컸지만 책임에따른 무게감이 컸었기에 이후 다시 누군가를 후원하는것에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지게되었는데.. 뉴욕아재님 아주 멋지십니다 존경스럽네요
감동적인 이야기 감사합니다

시티보이님의 댓글

시티보이 작성일

가슴 저밑에서 뜨거운것이 올라오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결과가 좋았으면
바램입니다

카페인중독님의 댓글

카페인중독 작성일

멋진일을 하셨네요.
3,000불이면 적지 않은 금액인데 선듯 주신것도 그렇고 그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 하신것도 멋집니다.

롯데리아장줄님의 댓글

롯데리아장줄 작성일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착한 세뇨리따인데 사회적 현실때문에 ㅁ을 팔아야 되는 현실.... 이렇게 보면 국민들을 이렇게 내몰고 있는 마두로가 ㅈ일놈이네요 ㅠ

friedmelon님의 댓글

friedmelo… 작성일

존경합니다 선배님 꾸벅... 저 아이 마음이 바뀌지 않길 바라요

No06님의 댓글

No06 작성일

마음이.. 짠.. 한데..
큰 결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맑은영혼님의 댓글

맑은영혼 작성일

아이고..참..사람 팔자라는게..
저랑 연배도 비슷하신거 같은데..참 대단하시네요.
전생에 대체 뭘 구하셨길래 필리핀에도 착한 처자, 콜롬비아에서도 착한처자를 만나시는지..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필녀에게 오늘도 삥뜯긴 마닐라에 있는 한국인 외노자..ㅠㅠ

GoldenWolf님의 댓글

GoldenWol… 작성일

진심으로 짠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참 가슴 먹먹해지면서도 기분좋은 글이네요...

존경스럽고, 정말 잘하셨다는 말밖에 드릴말이 안나오네요

투어님의 댓글

투어 작성일

축하드립니다. 30만불치는 행복하시겠습니다.

골뱅이무침님의 댓글

골뱅이무침 작성일

그래도 아빠는 하지 마시지  그러셨어요. 어린 의사 여친으로  하시지... 인생  한두손가락 안에 드는 처자를요

maka님의 댓글의 댓글

maka 작성일

착한 슈가대디로 방향을 바꾸시는게 ㅡ,ㅡ

NYajussi님의 댓글의 댓글

NYajussi 작성일

슈가대디는 돈이 많아야 할 수 있죠. 적는 능력이 없어요... ㅠㅠ

깨비도찐님의 댓글

깨비도찐 작성일

저 친구 인생의 험한길에서  꽃길을 만들어 주셨네요
앞으로도 두분께 좋은 일들이 있기를 바래봅니다^^

늙은스타벅스님의 댓글

늙은스타벅스 작성일

저도 관계의 정리가 아쉽지만...

응원합니다!!!!

간다만다님의 댓글

간다만다 작성일

멋진분이시네요

이보시게님의 댓글

이보시게 작성일

넘  멋지시네요

야호stop님의 댓글

야호stop 작성일

몇년이 지나 아르헨티나여의사가 된 저학생이 큰 효도를 할게 분명해 보입니다. 좋은일 잘하신것 같습니다

한로아님의 댓글

한로아 작성일

멋지십니다 짝짝짝

에깅님의 댓글

에깅 작성일

모르는 분이지만 50대라고 하시니
형님 존경스럽습니다

폰데로사님의 댓글

폰데로사 작성일

우와.. 의대생이 집안을 위해 몸팔고 있다니..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네요. 저같아도 혼자일어날 능력이 있는데, 저러고 있다면 도와주고 싶어지겠네요. 저 아가씨 한명이 아니라, 저 집안을 도와주신거네요. 멋집니다 ^^

진라면님의 댓글

진라면 작성일

요즘 같이 흉흉한 세상에 정말 마음 씀씀이가 하늘 같은 분이시네요.
전생에 뭘 하셨기에 필핀이랑 콜롬비아에서 착한 처자를 만나실수 있는건가요?

justperson님의 댓글

justperso… 작성일

존경 스럽내요 좋은일 하셨내요 좋은일 하셨으니 복이 생기실거 같습니다

미슈파르타님의 댓글

미슈파르타 작성일

정말 멋있는 분이 시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그 이상 복 받으시길 바랍니다

linhc님의 댓글

linhc 작성일

어려운 선택 현명하게 하셨습니다
응원합니다.
경상도 뉴욕 아저씨 화이팅 입니다.

삼백야드님의 댓글

삼백야드 작성일

정말 오랜만에 멋진분봤어요

돌부처00님의 댓글

돌부처00 작성일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끌리면가라님의 댓글

끌리면가라 작성일

멋진님~~
그 여자분에게 한국을 사랑하게 만드셨네요. ^^

까만돼지2님의 댓글

까만돼지2 작성일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글이네요..
항상 행복하세요!

로장님의 댓글

로장 작성일

너무감동입니다 그러기 쉽지 않을텐대 복 받으실겁니다 님 자손 후대까지 좋은일하셨내요

aiden1님의 댓글

aiden1 작성일

미소가 아름답네요...대단하십니다...공부끝까지잘마쳤으면하네요..

진후니님의 댓글

진후니 작성일

리스펙합니다

마르코1548님의 댓글

마르코1548 작성일

와우~!

워너비님의 댓글

워너비 작성일

좋은일 하셧네요 ^^

가라타가르사님의 댓글

가라타가르사 작성일

와 긴글 재밌네요 ㅎㅎ

씩씩한니키님의 댓글

씩씩한니키 작성일

축하드립니다

강구뻐꾸기님의 댓글

강구뻐꾸기 작성일

멋지십니다..

인드라님의 댓글

인드라 작성일

와 멋집니다

포투님의 댓글

포투 작성일

게시글 볼 때마다 멋있는 인생 사신다고 느껴지네요 게다가 자아성찰까지 됩니다.

Budybudy님의 댓글

Budybudy 작성일

훌륭하신 분이시네요.

영크중님의 댓글

영크중 작성일

진심으로 좀 뭐랄까 묘한 감동적인 내용이네요
멋지십니다 !